식품첨가물) 아질산염 바로 알기!

[아질산염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질산염’.

아질산염은 보통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만들 때 고기의 선홍빛을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용해온 식품첨가물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아질산염에 대한 인식은 유해 첨가물 혹은 발암물질 등 부정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아질산염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 처음 문제가 제기 되었습니다.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 소비로 인해 아질산염 섭취가 ADI(일일 허용섭취량)을 넘어설 수 있고, 그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문제가 제기되었던 당시에는 단지 색을 좋게 보이기 위해 넣는 식품첨가물인 아질산염을 건강까지 위협받으면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아질산염이 우리 몸 속에 들어올 경우 단백질 속 ‘아민’이란 물질과 결합해 ‘니트로사민’이란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기준치 이상 섭취 시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억제해 세포를 파괴한다는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지요. 이 경우 혈액 속 산소가 줄어 청색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유해 첨가물’이라는 인식처럼 아질산염은 불필요한 나쁜 첨가물인걸까요?
부정적인 인식이 있음에도 아질산염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아질산염은 적정량을 섭취할 경우 위험한 첨가물이 아니며, 아질산염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보다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아질산염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사용되었다?]
사실 아질산염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사용되어왔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깁니다. 과거 유럽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암염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짠 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지만 점차 암염이 고기의 붉은 색을 유지시키고, 고기의 보존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암염 속에 있던 아질산염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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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세기경 만들어진 무덤에서 출토된 벽화 (출처: Credit Skulpturensammlung, Dresden)

현재도 아질산염은 미국이나 유럽, 특히 독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입니다. 독일에서 1인당 육가공품 소비량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배 가량 많은데, 오히려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이 독일에 비해 더 높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1 참조) 따라서 육가공품에 들어있는 아질산염 섭취 때문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아질산염은 과거부터 사용해온 자연스러운 식품 성분의 일부로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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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국제 암 발생률 상위 국가 (출처: www.wcrf-uk.org)

[그래도 계속되는 유해성 논란, 그럼에도 아질산염을 사용해야만 하는걸까요?]
과거부터 사용되어온 식품 성분의 일부라지만 아질산염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육가공품은 아이들 영양간식, 도시락 반찬 등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질산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질산염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항산화 방지를 위한 고기의 색 고정 효과
2. 미생물 발육억제 및 식중독 예방

고기가 붉게 보이는 것은 고기 속 헤모글로빈 때문인데 헤모글로빈은 산소와의 결합력이 약해 가열하면 쉽게 갈변합니다. 우리가 삼겹살을 구울 때 분명 붉은 색이었던 고기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질산염은 이런 산화과정을 방지하고 고기의 선홍빛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아질산염은 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기의 본래 색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또한 고기의 지방 산화를 억제하여 맛과 풍미를 유지하고, 독특한 향미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색을 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질산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질산염은 살모넬라균 등 여러 식중독, 부패균의 성장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보툴리누스’라는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툴리누스는 오늘날 미국 제약회사인 앨러건 사의 ‘보톡스’로 더 널리 알려진 미생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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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지구상에서 가장 독한 신경독을 생산하는 ‘보툴리누스’는 ‘보톡스’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보툴리누스’는 고온에서 살균처리를 해도 살아남아있다가 이후 번식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독한 신경독을 생산하는데, 찻숟가락 한 술의 양으로 12억 명을 죽이고, 200g으로 전세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합니다. 이 균에 감염되면 위장염증상과 신경마비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보틀리누스균

아질산염은 이런 ‘보툴리누스’균의 발생을 억제하고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육가공품을 만들 때 아질산염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덧붙이자면 아질산염은 식품 첨가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금치, 쑥갓, 그린 아스파라거스, 청고추 등 채소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뿌리로 질산염을 흡수하여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는데 식물을 통해 섭취된 질산염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침으로 분비됩니다. 이 때 입 속이나 위장에 있던 미생물과 만나 아질산염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섭취된 질산염의 약 5%가 아질산염으로 변하게 되는데, 김치를 비롯한 여러 채소류의 소비량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육가공품을 통해 섭취하는 아질산염 양보다 채소를 통해 섭취하는 양이 약 30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아질산염 섭취 부작용: 한 번에 75kg의 소시지를 먹어야 해당되는 가설일 뿐]
육제품에 사용되는 아질산염 등 다양한 식품첨가물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일일섭취허용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질산염 허용기준이 70ppm이하로 ADI 기준인 125ppm보다 낮은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아질산염의 부작용으로 청색증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질산염으로 인해 청색증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성인 기준 1kg당 약 25~35ppm정도를 한 번에 섭취해야 합니다. 이 양은 체중이 60kg인 성인이 육제품을 한 번에 60~84kg 소비할 경우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육제품 1kg당 아질산염 25ppm 기준). 김밥은 약 12,000줄, 부대찌개는 약 270인분 만들 수 있는 양으로 일시적으로 소비하기엔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독일의 국민 1인당 육가공품 소비량이 연간 40kg가 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약 3.8kg로 1/10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2년 기준) 육가공품 소비로 인해 아질산염 섭취량을 걱정하기엔 너무나 미비한 양입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아질산염의 일일 섭취허용량을 넘어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식생활 습관상 매일 육가공품을 주식으로 먹는 상황은 아니며 혹 매일 먹는다 하더라도 지속해서 일일 섭취허용량을 초과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아울러 식품회사에서는 아질산염을 식품에 첨가 시 산화방지제(비타민 C 등)를 함께 넣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의 발생을 억제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시지나 햄 속의 아질산염은 돼지고기에 든 미오글로빈이나 헤모글로빈과 이미 한 번 결합한 상태이기 때문에 몸 속에 들어올 경우 우리 몸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할 가능성은 낮아 청색증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식품에 소량 들어가는 아질산염을 섭취해 암에 걸릴 확률보다 아질산염을 넣지 않는 식품을 먹고 보툴리누스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사실상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과 독은 단지 용량의 차이! 안전하게 섭취한다면 문제 없어요.]
“독성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과 독은 단지 용량의 차이일 뿐이다”라고 의화학의 창시자인 스위스 파라셀수스가 말했던 것처럼 아질산염도 적정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독한 신경독을 발생시키는 ‘보툴리누스’가 오늘날 미용을 위한 ‘보톡스’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아질산염도 적당량 섭취 시에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의 배려와 책임이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고품질의 제품을 안전하게 생산하는 기업과 그 제품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을 때! 그때야 비로소 건강한 식품문화는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요?

7가지_소시지파티 (3)그림 3. 정통 방식 그대로 세계 각국의 소시지를 선보이는 에쓰푸드, [존쿡 델리미트]의 7가지 소시지 파티 (메뉴)

 

[참고자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최낙언 지음, 2013, 예문당
「햄 소시지 제조」 정승희 지음, 2007, (사)한국육가공협회
「아질산염 안정성」 동영상, 2009, (사)한국육가공협회